
런던에서 다시 태어나는 한국 창작극 ‘인디아 블로그’ 참여 소감
코리안 위클리가 한국의 대표 창작극 ‘인디아 블로그’를 만났다. 넷플릭스 ‘킹덤’, ‘오징어 게임 2’ 등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작품에 출연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전석호가 이번에는 런던 무대에 섰다.
영국 창작진과 함께 부시 시어터(Bush Theatre)에서 선보이는 이번 런던 쇼케이스는 한국 창작극이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첫 사례로, 배우 전석호에게는 15년 전 자신의 발자취와 다시 마주하는 특별한 여정이기도 하다.
“다시 만난 연우, 그리고 15년 전 우리”
“이번 무대는 제게 15년 전의 나와 다시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머리숱이 많았습니다”
전석호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5년 전 한국 초연 당시 작가 겸 연출가 박선희, 연우무대 프로듀서이자 대표인 유인수 등 창작진과 함께 ‘인디아 블로그’를 만들었고, 이번에는 그 박선희 연출과 유인수, 아이러브스테이지 김준영 대표와 다시 런던 무대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이야기가 다른 문화 속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재해석되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배우로서도, 창작자로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언어가 다를 뿐, 예술의 본질은 같다”
이번 런던 쇼케이스는 영국의 창작진들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며, 전석호는 처음으로 영어로 연기한다.
“해외 무대에서 연기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경험입니다. 언어, 공간, 리허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예술은 같은 비전을 향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죠.”
“좋고 나쁨을 비교하기보다는, 모든 것이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와 긍정적입니다. 예술의 본질은 국경을 넘어 섭니다.”
“여행처럼, 관계처럼 –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다”
‘인디아 블로그’ 속 인물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며 잃어버린 감정과 마주한다. 전석호는 그 여정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 함께할 누군가를 찾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가까운 사람과도 때로는 떨어지고 싶은 복합적인 감정들… 결국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마음, 인생은 결국 숙소가 없는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작품을 “삶의 관계와 시간,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여행처럼 탐구하는 이야기”라며, 관객 또한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창작극이 런던 무대에 선다는 것: 김치가 피시앤칩스와 친구가 되는 순간을 보는 기분”
전석호는 이번 프로젝트가 지닌 상징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 창작극이 영국 창작진과 함께 새롭게 재탄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이 더 뜻깊게 느껴집니다. 저에겐 오랫동안 행복하게 기억될 작품이에요.”
그는 “이런 종류의 국제 협업이 더 많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은 미소와 행복을 나누는 무대가 되길”
끝으로 전석호는 코리안 위클리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런던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저보다 더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공연을 통해 독자 여러분을 만나 작은 미소와 행복, 그리고 짧은 여행 같은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인생이 길지 않으니, 웃는 순간만큼은 런던 지하철처럼 자주 와주길 바랍니다”
‘인디아 블로그’ 런던 쇼케이스는 10월 20일 부시 시어터에서 영국 공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공연 종료 후에는 영국 공연 전문지 더 스테이지(The Stage)의 아만다 파커가 진행하는 토크 세션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한국 창작극이 영국 공연계와 협업해 새로운 형태로 개발되는 첫 시도로, 한국 공연예술의 국제 공동제작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